정부가 다음 달부터 비급여 체외충격파치료(ESWT)에 횟수 제한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국제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충격파 치료 분야 전문가들은 질환의 중증도와 치료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제한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국제충격파치료학회(ISMST)는 한국 규제를 국제 이사회 공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열고 체외충격파치료를 부위당 최대 6회, 연간 최대 12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 가이드라인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실손의료보험 분쟁조정 기준에 반영할 방침이다.
대한충격파재생의학회는 이에 대해 25일 "의학적 오류이자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규제"라며 "민간 보험사의 손실을 막아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국내 비급여 관리 정책이 국제 학술단체 차원의 공식 논의 안건으로 다뤄지는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학회가 공개한 해외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규제 방향은 국제적인 진료 흐름과도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대만 체외충격파 치료 권위자인 정 자이홍(Jai-Hong Cheng) 박사는 "환자의 질환 중증도와 만성 여부, 조직의 병리 상태, 치료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간 12회, 부위당 6회라는 획일적 제한을 두는 것은 의학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을 비롯한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이 같은 행정적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석회성 건염과 불유합, 경직, 재생치료 등은 질환마다 필요한 치료 횟수와 간격이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결국 과소치료와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궁대학병원 정형외과 저우 원이(Wen-Yi Chou) 교수도 "행정적으로는 수치 제한이 편리할 수 있지만 의학적 기준으로는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며 "치료 지속 여부는 의사의 진단과 객관적인 임상 반응을 토대로 결정해야지 임의의 숫자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역시 초기에는 근골격계 통증 치료를 중심으로 충격파를 활용했지만 지난 20년간 연구와 임상 경험이 축적되면서 스포츠 손상과 골절 불유합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며 "초기부터 한국과 같은 행정적 제한이 있었다면 이러한 발전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학회의 임상 가이드라인이 보험금 지급 거절 근거로 활용되는 국내 구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 자이홍 박사는 "임상 가이드라인은 치료의 질을 높이고 의사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유연한 지침"이라며 "보험사의 지급 거절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성을 침해하고 환자의 치료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충격파치료학회도 이번 사안을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
ISMST 이드 호세(Eid José)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체외충격파 규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성명 채택 안건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 이사회 공식 안건으로 긴급 상정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국제학회의 공식 입장이 채택될 경우 한국의 체외충격파 규제가 국제 의료계에서도 본격적인 검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충격파재생의학회 노규철 회장은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청구 문제가 있다면 치료기록 관리와 공정한 심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전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획일적 규제가 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체외충격파치료는 불필요한 수술을 줄여 궁극적으로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낮추는 치료"라며 정부에 ▲국제 기준에 맞춘 적응증 확대 ▲의학적 근거 없는 연간 총량 제한 철폐 ▲민간 보험사의 가이드라인 악용 방지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 재구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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